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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reelnara.info
[전갑남 기자]
▲ 파란 하늘 아래 단아하게 자리 잡은 길상사. 소유보다 더 큰 비움의 가치가 머무는 곳이다.
ⓒ 전갑남
서울 성북구 길상사. 이곳은 ' 황금성사이트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도량이라 불린다. 사실 길상사는 처음부터 사찰이 아니었다. 1987년, 당시 최고의 요정이었던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 보살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감동해 수천 평의 대지와 건물을 시주하면서 오늘의 길상사가 탄생했다.
법정 스님에게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받은 김영한 보살은 '시인 백석 릴게임황금성 의 시 한 줄이 1000억 원의 재산보다 귀하다' 말하며 모든 것을 비워냈다. 시주 요청을 10년 가까이 밀어냈던 법정 스님과, 그 거절을 기도로 견뎌낸 보살의 인연은 '소유'보다 더 큰 '기다림'의 가치를 보여준다. 지난 27일, 그 고결한 비움의 미학이 서린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의 흔적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스님의 자취가 가장 깊게 바다신2게임 배어있는 진영각을 먼저 찾았다. 깨끗이 비질된 '무소유의 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일상의 번잡함이 하나둘 털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진영각 문은 닫혀 있고, 툇마루에는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어 고요한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그 툇마루 한편에서 정갈한 옷차림의 두 여성 분이 머뭇거리는 내게 말을 건넸다.
청빈의 울림 모바일야마토
▲ 햇살이 머물다 가는 진영각 툇마루, 스님의 청빈한 삶이 고요한 정적 속에 배어 있다.
바다이야기고래
ⓒ 전갑남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도 돼요. 스님 모습도 보고 여러 유품을 볼 수 있어요. 저희는 스님의 법복을 보고 눈물이 날 뻔했어요. 청빈과 무소유가 뭔지 정말 느껴졌어요."
진영각에는 스님의 영정과 삶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유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두 분이 언급한 낡고 해진 법복은, 그 어떤 화려한 설법보다 강렬하게 '청빈'의 의미를 웅변하고 있다. 두 분은 일주문 앞 갤러리 '스페이스 수퍼노말'에서 열리고 있는 '붓장난' 전시를 꼭 보라 권하며 자리를 떴다.
진영각에서의 여운을 갈무리하며 길상사 문을 나서자, 바로 맞은편에 현대적인 하얀 건물이 서 있었다. 화살표를 따라 오른 2층 전시장은 진영각의 고요함과는 또 다른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 이번 전시는 법정 스님 열반 16주기를 맞아, 스님의 삶을 되짚고 가르침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 한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아주 투박하고 낡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나는 전시 안내를 맡은 분에게 물었다.
▲ 길상사 일주문 바로 맞은편, 스님의 소박한 필묵이 기다리는 전시 공간 '스페이스 수퍼노말'.
ⓒ 전갑남
"이게 스님이 직접 만들어 앉으셨다는 그 의자가 맞나요?"
"네. 흔히 '빠삐용 의자'라고 부르지요. 영화 <빠삐용>을 보시고는 '인생은 자유로워야 한다'며 산에서 직접 땔감 나무로 만드신 거예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등받이는 수직이고, 나뭇결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 소박함 속에서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오직 본질에만 충실했던 스님의 삶이, 이 의자 하나에 오롯이 담겨 있는 듯해 한참을 머물렀다.
▲ "인생은 자유로워야 한다."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드신 투박한 의자 하나에 스님의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 전갑남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는 스님이 남긴 글귀 하나하나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전시의 제목인 '붓장난' 역시 스님의 소탈한 성품을 잘 보여준다.
"물을 움켜뜨니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만지니 향기가 옷깃에 스미네. 먹이 남아서 붓장난했네."
겸손하게 '붓장난'이라 이름 붙였지만, 자유롭게 흐르는 선들 속에는 스님의 올곧은 성품과 맑은 영혼이 생생히 살아 있었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가르침이 맑은 먹향을 타고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편지에 담긴 맑은 인연
▲ "먹이 남아서 붓장난했네." 기교 없는 선 속에 흐르는 스님의 맑고 올곧은 성품.
ⓒ 전갑남
갤러리 계단을 오르던 중, 이해인 수녀님의 소담한 난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맑고 은은한 향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전시장 안에는 스님과 수녀님이 주고받은 맑고 애틋한 서신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스님, 멀리 계셔도 늘 곁에 계신 듯 느껴집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스님의 맑은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편지 중)
이에 화답하는 법정 스님의 편지 속 문장들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다.
"수녀님, 산에는 벌써 가을빛이 완연합니다. 내 본래의 마음을 찾아가는 길에 수녀님의 기도가 큰 힘이 됩니다. 맑고 향기로운 날들 되시길 빕니다." (법정 스님이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편지 중)
▲ 서슬 퍼런 수행자의 외피를 벗은 한 인간의 정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고백들.
ⓒ 전갑남
종교의 벽을 넘어 '맑고 향기로운' 인간애로 마주한 두 분의 문장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지극한 예의'와 '고요한 사랑'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다. 한편, 상좌 덕조 스님에게 보낸 육필 편지에서는 또 다른 인간미가 묻어났다. 서슬 퍼런 기개의 수행자도 제자 앞에서는 숨길 수 없었던 솔직한 고백이 잔잔한 미소를 자아냈다.
"오늘처럼 추운 날은 부엌에 내려가기가 죽으러 가는 일 만큼이나 머리가 무겁네."
수행자라는 엄격한 외피를 한 겹 벗겨내자, 그 자리에 추위와 일상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한 인간의 맑은 영혼이 서 있었다. 여러 '붓장난' 속 묵화에는 거창한 진리보다 뜰 앞에 핀 꽃 한 송이, 우려낸 차 한 잔에 감동하는 스님의 섬세한 감수성이 담겨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사는 맛"이라고 속삭이는 듯한 문장들은, 스님을 엄격한 수도승이 아니라 인자한 옆집 할아버지처럼 가깝게 느끼게 했다.
덜어냄이 선물한 최고의 자유
▲ 차 한 잔의 소박한 즐거움. 거창한 진리보다 일상의 작은 감동을 아꼈던 스님의 마음.
ⓒ 전갑남
법정스님이 말한 무소유란 무엇일까. 스님은 글귀를 통해 그 의미를 이렇게 일깨웠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가진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면, 차라리 그것이 없던 때보다 못한 것이다. '빠삐용 의자'에 앉아 고요히 먼 산을 바라보던 스님의 뒷모습은, 바로 그 불필요한 집착에서 벗어난 최고의 자유를 보여주고 있었다.
진영각의 정갈한 비질 소리부터 각별한 인연, 그리고 '빠삐용 의자'에 담긴 묵직한 가르침까지. 이번 여정은 소유에 지친 우리에게 '덜어냄의 미학'을 선물해 주었다. 성북동 산자락에서 마주한 스님의 '붓장난'은, 올겨울 내 마음속에 가장 맑고 깊은 향기로 남을 것 같다.
[전시 정보]
<우리 곁에 법정 스님 '붓장잔'>
기간 : 2026년 1월 19일 ~ 3월 21일장소 : 갤러리 스페이스 수퍼노말(서울 성북구 선잠로 5길 69 / 길상사 앞)
▲ 파란 하늘 아래 단아하게 자리 잡은 길상사. 소유보다 더 큰 비움의 가치가 머무는 곳이다.
ⓒ 전갑남
서울 성북구 길상사. 이곳은 ' 황금성사이트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도량이라 불린다. 사실 길상사는 처음부터 사찰이 아니었다. 1987년, 당시 최고의 요정이었던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 보살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감동해 수천 평의 대지와 건물을 시주하면서 오늘의 길상사가 탄생했다.
법정 스님에게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받은 김영한 보살은 '시인 백석 릴게임황금성 의 시 한 줄이 1000억 원의 재산보다 귀하다' 말하며 모든 것을 비워냈다. 시주 요청을 10년 가까이 밀어냈던 법정 스님과, 그 거절을 기도로 견뎌낸 보살의 인연은 '소유'보다 더 큰 '기다림'의 가치를 보여준다. 지난 27일, 그 고결한 비움의 미학이 서린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의 흔적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스님의 자취가 가장 깊게 바다신2게임 배어있는 진영각을 먼저 찾았다. 깨끗이 비질된 '무소유의 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일상의 번잡함이 하나둘 털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진영각 문은 닫혀 있고, 툇마루에는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어 고요한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그 툇마루 한편에서 정갈한 옷차림의 두 여성 분이 머뭇거리는 내게 말을 건넸다.
청빈의 울림 모바일야마토
▲ 햇살이 머물다 가는 진영각 툇마루, 스님의 청빈한 삶이 고요한 정적 속에 배어 있다.
바다이야기고래
ⓒ 전갑남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도 돼요. 스님 모습도 보고 여러 유품을 볼 수 있어요. 저희는 스님의 법복을 보고 눈물이 날 뻔했어요. 청빈과 무소유가 뭔지 정말 느껴졌어요."
진영각에는 스님의 영정과 삶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유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두 분이 언급한 낡고 해진 법복은, 그 어떤 화려한 설법보다 강렬하게 '청빈'의 의미를 웅변하고 있다. 두 분은 일주문 앞 갤러리 '스페이스 수퍼노말'에서 열리고 있는 '붓장난' 전시를 꼭 보라 권하며 자리를 떴다.
진영각에서의 여운을 갈무리하며 길상사 문을 나서자, 바로 맞은편에 현대적인 하얀 건물이 서 있었다. 화살표를 따라 오른 2층 전시장은 진영각의 고요함과는 또 다른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 이번 전시는 법정 스님 열반 16주기를 맞아, 스님의 삶을 되짚고 가르침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 한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아주 투박하고 낡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나는 전시 안내를 맡은 분에게 물었다.
▲ 길상사 일주문 바로 맞은편, 스님의 소박한 필묵이 기다리는 전시 공간 '스페이스 수퍼노말'.
ⓒ 전갑남
"이게 스님이 직접 만들어 앉으셨다는 그 의자가 맞나요?"
"네. 흔히 '빠삐용 의자'라고 부르지요. 영화 <빠삐용>을 보시고는 '인생은 자유로워야 한다'며 산에서 직접 땔감 나무로 만드신 거예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등받이는 수직이고, 나뭇결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 소박함 속에서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오직 본질에만 충실했던 스님의 삶이, 이 의자 하나에 오롯이 담겨 있는 듯해 한참을 머물렀다.
▲ "인생은 자유로워야 한다."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드신 투박한 의자 하나에 스님의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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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는 스님이 남긴 글귀 하나하나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전시의 제목인 '붓장난' 역시 스님의 소탈한 성품을 잘 보여준다.
"물을 움켜뜨니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만지니 향기가 옷깃에 스미네. 먹이 남아서 붓장난했네."
겸손하게 '붓장난'이라 이름 붙였지만, 자유롭게 흐르는 선들 속에는 스님의 올곧은 성품과 맑은 영혼이 생생히 살아 있었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가르침이 맑은 먹향을 타고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편지에 담긴 맑은 인연
▲ "먹이 남아서 붓장난했네." 기교 없는 선 속에 흐르는 스님의 맑고 올곧은 성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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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계단을 오르던 중, 이해인 수녀님의 소담한 난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맑고 은은한 향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전시장 안에는 스님과 수녀님이 주고받은 맑고 애틋한 서신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스님, 멀리 계셔도 늘 곁에 계신 듯 느껴집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스님의 맑은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편지 중)
이에 화답하는 법정 스님의 편지 속 문장들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다.
"수녀님, 산에는 벌써 가을빛이 완연합니다. 내 본래의 마음을 찾아가는 길에 수녀님의 기도가 큰 힘이 됩니다. 맑고 향기로운 날들 되시길 빕니다." (법정 스님이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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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벽을 넘어 '맑고 향기로운' 인간애로 마주한 두 분의 문장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지극한 예의'와 '고요한 사랑'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다. 한편, 상좌 덕조 스님에게 보낸 육필 편지에서는 또 다른 인간미가 묻어났다. 서슬 퍼런 기개의 수행자도 제자 앞에서는 숨길 수 없었던 솔직한 고백이 잔잔한 미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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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이 말한 무소유란 무엇일까. 스님은 글귀를 통해 그 의미를 이렇게 일깨웠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가진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면, 차라리 그것이 없던 때보다 못한 것이다. '빠삐용 의자'에 앉아 고요히 먼 산을 바라보던 스님의 뒷모습은, 바로 그 불필요한 집착에서 벗어난 최고의 자유를 보여주고 있었다.
진영각의 정갈한 비질 소리부터 각별한 인연, 그리고 '빠삐용 의자'에 담긴 묵직한 가르침까지. 이번 여정은 소유에 지친 우리에게 '덜어냄의 미학'을 선물해 주었다. 성북동 산자락에서 마주한 스님의 '붓장난'은, 올겨울 내 마음속에 가장 맑고 깊은 향기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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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6년 1월 19일 ~ 3월 21일장소 : 갤러리 스페이스 수퍼노말(서울 성북구 선잠로 5길 69 / 길상사 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