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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농촌 창고에서 이어가는 작업 현장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 의미
미디어 매체와 ‘저항’ 개념에 대한 사유
인천을 거점으로 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범주’ 대신 ‘문맥’으로 보는 인천 미술
지난달 28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길직리 마그네마을 작업실에서 만난 이탈 작가. 2026.2.28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릴게임갓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체감 온도 영하 10℃를 오가는 혹한 속 인천 강화군 길상면 길직리 마그네마을 내 작업실 앞에서 이탈(60) 작가가 취재 기자를 맞았다.
차량 내비게이션이 수차례 ‘경로 이탈’을 외친 끝에 어렵사리 찾은 이탈의 작업실은 논길 옆에 있는 골드몽사이트 마을 공용 농기계를 보관하던 창고였다. 작가가 “난방이 안 되고, 수도도 얼어서 죄송하다”고 말하며 안내한 작업실은 예술 창작 공간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전파사’나 ‘공업사’로 칭해도 어울릴 것 같았다. 각종 전기·전자 부품과 철물·장비들이 흩어져 있었다.
최순우(1916~1984), 이경성(1919~2009), 김병기(1916~2022) 릴짱릴게임 등 미술계의 기라성이 1956년 설립한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최근 ‘제15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자로 이탈 작가를 선정하면서 “예술의 근원적 의미와 예술-사회 관계에 대한 존재론적 사유를 기반으로 우리 문명의 날카로운 비판적 메시지를 던져 왔다”고 평했다.
이탈의 비판적 지성과 기술의 미학이 안온한 도시의 화실이 아닌 얼음장 같은 바다이야기릴게임 농촌 창고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의미심장하다. 작가상 수상 소감을 물었다.
“비평상이다 보니 다른 미술상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예전에는 비평가를 통해 작가가 평을 받고 작가로서 인정받는 시대가 있었는데, 2000년대 들어 한국 미술은 아트페어 같은 미술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시장 논리로 인기 있는 작가는 비평을 거치지 바다이야기릴게임 않는 것이죠. 미술이 해야 할 의무나 예술의 의미가 상업과 섞이고 있는 가운데, 그 반대편에 있는 저를 주목해준 것 같아서 책임감이 뒤따릅니다.”
이탈 作 기억의 예배소-광장, 2020, 팬틸트 카메라·8개의 모니터·8개의 선형 액추에이터·빌딩 프레임·아두이노·센서 등 가변 설치, 12,000x3,000x3,000mm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공
이탈은 최근 미디어 설치 작가로 분류되지만, 그는 1990년대 초부터 30여 년 동안 회화,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해 왔다. 장르와 경향을 특정할 수 없는 작가다.
이탈 작가는 “붓 대신 미디어를 이용할 때 그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왜 전기를 이용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한다”며 “가령 전류·전압·저항의 관계를 설명하는 ‘옴의 법칙’에서 저항은 ‘레지스탕스’(Resistance)인데, 제가 미디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 전기의 저항성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는 저항이라는 속성 이외에도 누구에게나 220V로 흐르는 ‘평등’이란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작업실에는 전시를 마친 ‘민중 기계 - 호외’(2023)나 ‘기억의 예배소’(2020) 같은 작품(기계장치)들이 해체된 채로 보관돼 있었다. 이들 작품은 역사와 사상·철학 그리고 현실의 기억을 기록하고 표출하는 기계장치라 할 수 있다. 광장의 기억이라든지 사회적 참사(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등)를 담았다. 이탈 작가는 “지금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친일 청산, 그 다음은 역사의 빈 칸인 해방기, 그 다음은 한국의 양분된 이데올로기”라고 했다.
이탈은 2005년 ‘문화수리공’을 설립해 획일적 교문을 예술로 탈바꿈시킨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2010), 재개발이 중단된 시장을 예술 공간으로 바꿨던 ‘커뮤니티 페어 아트 폐허’(2012), 예술정거장(2018) 등 인천을 거점으로 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국내 작가들은 물론 수십 명의 외국 작가도 참여한 프로젝트였다.
이탈 작가는 “한국에서 얘기하는 공공 미술의 틀을 ‘횡단보도’로 비유한다면, 저는 횡단보도를 벗어나 사고도 당하는 등 틀을 깨고 싶었다”며 “예술정거장 프로젝트도 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에서 미술관이 없는 동안 지하철 빈 공간 등 공공의 장소를 미술관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 作 인간의 분류는 신을 처형한 이후에 가능하다, 2010, 리사이클 로봇·PLC·릴레이·센서·지지 프레임 등 설치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공
시야는 한국 바깥으로 확장됐다. 국제미술공동체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지난 2024년 방글라데시, 네팔, 태국 등 남아시아 미술계를 탐방한 ‘국제미술공동체 네트워크 - RICE 4.4’가 이탈이 예술감독으로 주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이탈 작가는 “특히 전 세계 유조선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방글라데시 도시 치타공의 해변에 늘어선 유조선들의 풍경과 이를 갖고 예술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에서 잃어버린 ‘공동체 의식’이 여전히 살아 있었고, 각 국가의 격변기 속에서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예술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에는 비엔날레라는 명칭만 10개 이상이고,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어 대안을 가져야 할 시점이 왔다”며 “국제미술공동체 네트워크처럼 비주기적이고 형식에서 자유롭고 공동체성이 강화된 대안적 프로젝트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탈 작가의 활동 기반인 인천에 대해 묻자 ‘범주(카테고리)와 문맥(컨텍스트)’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인천이 성장하려면 정해진 ‘범주’를 해체하고 문맥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의 세계화’(Glocalism)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지역을 세계화했을 때의 문제는 그 지역에서 똑같은 스타벅스 커피나 똑같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제프 쿤스의 ‘풍선개’ 작품은 서울의 미술관이나, 지방의 미술관이나 어느 장소에 놓아도 잘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자본화에 편입되면서 그 지역만이 쌓아놓았던 기억은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겁니다.
좋은 방법은 지역의 세계화가 아니라 세계 속에 지역을 놓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맥도날드 햄버거를 받아들이되 그 속의 패티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방식이죠. 인천의 경우도 가장 큰 범주화의 문제점은 ‘개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항이란 범주를 해체하면 인천에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인천이 광주 비엔날레나 부산 비엔날레 같은 범주를 쫓을 게 아니라 문맥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저는 ‘비장소’에서 찾는 장소성으로 문맥을 찾고 있습니다.”
마그네마을 작업실에서 마을 주민 홍동의, 전원재, 유충열, 유도선 씨에게 자신의 작업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탈(사진 맨 오른쪽) 작가. 2026.2.28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이탈의 생각은 수년째 머물고 있는 시골 마을 공동체에서 영감을 받은 바도 크다고 한다. 때마침 이날 마그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주민 홍동의, 전원재, 유충열, 유도선 씨가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탈의 작업에 재료 등 도움을 줄 부분이 있는지 상의하고자 했다. 옛 농기계 창고가 예술가와 마을 주민이 만나는 사랑방이 된 셈이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작가상 시상식을 수상 작가 개인전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탈 작가 또한 올해 안에 작가상 수상 기념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탈 작가는 “주제를 비롯한 개인전 구상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전시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 의미
미디어 매체와 ‘저항’ 개념에 대한 사유
인천을 거점으로 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범주’ 대신 ‘문맥’으로 보는 인천 미술
지난달 28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길직리 마그네마을 작업실에서 만난 이탈 작가. 2026.2.28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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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2시, 체감 온도 영하 10℃를 오가는 혹한 속 인천 강화군 길상면 길직리 마그네마을 내 작업실 앞에서 이탈(60) 작가가 취재 기자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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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1916~1984), 이경성(1919~2009), 김병기(1916~2022) 릴짱릴게임 등 미술계의 기라성이 1956년 설립한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최근 ‘제15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자로 이탈 작가를 선정하면서 “예술의 근원적 의미와 예술-사회 관계에 대한 존재론적 사유를 기반으로 우리 문명의 날카로운 비판적 메시지를 던져 왔다”고 평했다.
이탈의 비판적 지성과 기술의 미학이 안온한 도시의 화실이 아닌 얼음장 같은 바다이야기릴게임 농촌 창고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의미심장하다. 작가상 수상 소감을 물었다.
“비평상이다 보니 다른 미술상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예전에는 비평가를 통해 작가가 평을 받고 작가로서 인정받는 시대가 있었는데, 2000년대 들어 한국 미술은 아트페어 같은 미술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시장 논리로 인기 있는 작가는 비평을 거치지 바다이야기릴게임 않는 것이죠. 미술이 해야 할 의무나 예술의 의미가 상업과 섞이고 있는 가운데, 그 반대편에 있는 저를 주목해준 것 같아서 책임감이 뒤따릅니다.”
이탈 作 기억의 예배소-광장, 2020, 팬틸트 카메라·8개의 모니터·8개의 선형 액추에이터·빌딩 프레임·아두이노·센서 등 가변 설치, 12,000x3,000x3,000mm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공
이탈은 최근 미디어 설치 작가로 분류되지만, 그는 1990년대 초부터 30여 년 동안 회화,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해 왔다. 장르와 경향을 특정할 수 없는 작가다.
이탈 작가는 “붓 대신 미디어를 이용할 때 그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왜 전기를 이용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한다”며 “가령 전류·전압·저항의 관계를 설명하는 ‘옴의 법칙’에서 저항은 ‘레지스탕스’(Resistance)인데, 제가 미디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 전기의 저항성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는 저항이라는 속성 이외에도 누구에게나 220V로 흐르는 ‘평등’이란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작업실에는 전시를 마친 ‘민중 기계 - 호외’(2023)나 ‘기억의 예배소’(2020) 같은 작품(기계장치)들이 해체된 채로 보관돼 있었다. 이들 작품은 역사와 사상·철학 그리고 현실의 기억을 기록하고 표출하는 기계장치라 할 수 있다. 광장의 기억이라든지 사회적 참사(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등)를 담았다. 이탈 작가는 “지금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친일 청산, 그 다음은 역사의 빈 칸인 해방기, 그 다음은 한국의 양분된 이데올로기”라고 했다.
이탈은 2005년 ‘문화수리공’을 설립해 획일적 교문을 예술로 탈바꿈시킨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2010), 재개발이 중단된 시장을 예술 공간으로 바꿨던 ‘커뮤니티 페어 아트 폐허’(2012), 예술정거장(2018) 등 인천을 거점으로 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국내 작가들은 물론 수십 명의 외국 작가도 참여한 프로젝트였다.
이탈 작가는 “한국에서 얘기하는 공공 미술의 틀을 ‘횡단보도’로 비유한다면, 저는 횡단보도를 벗어나 사고도 당하는 등 틀을 깨고 싶었다”며 “예술정거장 프로젝트도 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에서 미술관이 없는 동안 지하철 빈 공간 등 공공의 장소를 미술관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 作 인간의 분류는 신을 처형한 이후에 가능하다, 2010, 리사이클 로봇·PLC·릴레이·센서·지지 프레임 등 설치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공
시야는 한국 바깥으로 확장됐다. 국제미술공동체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지난 2024년 방글라데시, 네팔, 태국 등 남아시아 미술계를 탐방한 ‘국제미술공동체 네트워크 - RICE 4.4’가 이탈이 예술감독으로 주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이탈 작가는 “특히 전 세계 유조선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방글라데시 도시 치타공의 해변에 늘어선 유조선들의 풍경과 이를 갖고 예술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에서 잃어버린 ‘공동체 의식’이 여전히 살아 있었고, 각 국가의 격변기 속에서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예술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에는 비엔날레라는 명칭만 10개 이상이고,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어 대안을 가져야 할 시점이 왔다”며 “국제미술공동체 네트워크처럼 비주기적이고 형식에서 자유롭고 공동체성이 강화된 대안적 프로젝트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탈 작가의 활동 기반인 인천에 대해 묻자 ‘범주(카테고리)와 문맥(컨텍스트)’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인천이 성장하려면 정해진 ‘범주’를 해체하고 문맥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의 세계화’(Glocalism)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지역을 세계화했을 때의 문제는 그 지역에서 똑같은 스타벅스 커피나 똑같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제프 쿤스의 ‘풍선개’ 작품은 서울의 미술관이나, 지방의 미술관이나 어느 장소에 놓아도 잘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자본화에 편입되면서 그 지역만이 쌓아놓았던 기억은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겁니다.
좋은 방법은 지역의 세계화가 아니라 세계 속에 지역을 놓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맥도날드 햄버거를 받아들이되 그 속의 패티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방식이죠. 인천의 경우도 가장 큰 범주화의 문제점은 ‘개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항이란 범주를 해체하면 인천에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인천이 광주 비엔날레나 부산 비엔날레 같은 범주를 쫓을 게 아니라 문맥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저는 ‘비장소’에서 찾는 장소성으로 문맥을 찾고 있습니다.”
마그네마을 작업실에서 마을 주민 홍동의, 전원재, 유충열, 유도선 씨에게 자신의 작업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탈(사진 맨 오른쪽) 작가. 2026.2.28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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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작가상 시상식을 수상 작가 개인전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탈 작가 또한 올해 안에 작가상 수상 기념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탈 작가는 “주제를 비롯한 개인전 구상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전시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