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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진 기자]
중국 3세기경 삼국시대의 조조가 군웅할거의 혼란을 잠재우고 중원의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승부수는 그의 영웅적인 지휘 통솔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둔전제'라는 혁신적인 국가 운영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한 정치력에 있었다. 식량난이 곧 안보 위협이 되고, 전쟁이 곧 민생 파탄으로 이어지는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조조는 전통 안보와 식량 안보의 두 경계를 제거함으로써 군량 확보와 전쟁 수행 능력 유지, 그리고 유민 구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3세기경 난세에 구현된 포괄적 안보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강건작 전 바다이야기룰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예비역 육군 중장)의 저서 <국가가 작동하는 순간>(2026년 1월 출간)은 바로 이러한 포괄 안보의 지혜를 오늘날 대한민국에 다시 소환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괴물 산불, 신종 감염병, 공급망 붕괴 등 오늘날의 위협은 전통적인 군사적 도발과 자연 재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쇄도한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의 국가 시스템이 여전히 '안보 야마토게임연타 (국방부)'와 '안전(행정안전부)'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분법에 갇혀 있다고 일갈한다. 이 책은 그 경계를 허물고, 통합된 포괄 안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자, 구체적인 설계도다.
합동작전으로 극복한 복합 위기
바다이야기하는법
▲ 책표지
ⓒ 클라우드나인
바다이야기온라인 이 책이 단순한 정책 제언집을 넘어 생생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저자가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실 근무(육군 중령)부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국방개혁비서관(육군중장)에 이르기까지 국가안보와 재난 대응의 현장을 두루 거치며 체감한 내용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1~2장에서 저자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지휘하며 릴게임온라인 맞닥뜨린 2019년 고성 산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팬데믹 등 복합 위기의 과정을 생생히 제시한다. 그중에서도 2019년 4월의 고성 산불은 '현대적 안보 위기'의 본질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화마는 산림청 소관의 산불이었지만, 동시에 군사시설(탄약고)과 민가, 도로망을 위협하는 복합 재난이었다. 저자는 위기관리센터가 이 상황을 단순 화재가 아닌 '국가적 안보 위기'로 규정했음을 밝힌다. 산림청, 소방청, 국방부, 경찰청, 지자체의 자원을 국가지도통신망으로 통합해 기관들이 합동으로 입체적 대응을 전개했고, 이는 재난 대응에 군사적 자산을 과감히 융합해 성과를 낸 사례로 기술된다.
또한 ASF 차단을 위해 DMZ에 군 병력을 투입해 광역 울타리를 설치한 사례, 코로나19 백신 수송을 군 수송지원본부가 전담한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군이 전쟁 억제라는 전통적 임무에 더해, 질병과 재난 같은 비군사적 위기에도 즉각 투입될 필요가 있음을 논증한다. 안보와 재난, 군사와 행정의 경계가 흐려지는 회색지대의 위협 앞에서는, 부처 간의 벽을 허무는 통합된 대응이 핵심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대안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저자는 책의 결론부인 제11절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관리 체계가 안고 있는 법적 및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한다. 핵심은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체계 아래서의 이원화된 구조다.
저자에 따르면, 현행 체계에서는 재난 대응의 총괄 기능과 국방, 치안, 정보 등 타 부처 역량이 위기 시 신속하게 한 체계로 묶여 작동하기 어렵고, 지휘 및 조정 권한이 분산 되어 있다. 그 결과 정보 공유와 자원 동원이 기관별 절차에 좌우되기 쉬워, 통합 대응의 속도와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 장막은 평시에는 업무 분장이지만, 위기 시에는 자원과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는 장애물이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대통령 중심의 포괄안보를 담은'국가위기관리기본법' 제정을 주장한다. 이 법안의 핵심 설계 원리는 두 가지다. 첫째, NSC의 개념 확장이다. 군사 및 외교만 다루던 NSC를 기후 재난, 감염병, 공급망 위기 등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를 다루는 포괄적 콘트롤타워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를 포괄안보 의제까지 다루는 상설 조정의 틀로 확장해, 위기 시 대통령의 결심 아래 범정부 자원이 더 신속히 조정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둘째, 통합 대응의 법제화다. 저자는 위기 시 '협조 요청'에만 기대지 않고, 사전 규정된 절차에 따라 지휘와 실행이 즉각 이어지도록,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범정부 통합 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인치가 아닌 법치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안전 시스템을 만들자는 호소다.
정부의 안보 전략, 실용과 통합으로
저자의 이러한 제언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안보 전략에 중대한 함의를 던진다. 현 정부 출범 초기, 외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미동맹 강화와 국익 확보에 주력하며 대외적 안정성을 다진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안보는 경제, 산업, 재난과 떼어 놓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대외적 협상만으로는 풀 수 없는, 국내의 행정, 치안, 방재, 군사 자원이 총동원되어야 하는 '내치와 외치의 융합' 영역이다. 외교가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이익을 증대하는 일이라면, 포괄 안보는 국가가 멈추지 않고 작동하게 만드는 엔진이다. 따라서 차기 국가안보실의 리더십은 전통안보에 포괄안보까지 품어야 한다. 외교 무대에서의 협상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재난 상황에서 산림 및 소방과 지자체를, 안보 위기에서 군과 경찰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이 절실하다.
삼국지의 조조가 전통 안보와 식량 안보를 융합하여 난세를 극복했듯, 오늘날 대한민국은 안보와 안전을 융합한 포괄안보 시스템으로 복합 위기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작가의 '국가가 작동하는 순간'은 단순한 정책 제안서가 아니다. "나의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응답이자, 개인의 헌신이 아닌 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다.
덧붙이는 글
중국 3세기경 삼국시대의 조조가 군웅할거의 혼란을 잠재우고 중원의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승부수는 그의 영웅적인 지휘 통솔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둔전제'라는 혁신적인 국가 운영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한 정치력에 있었다. 식량난이 곧 안보 위협이 되고, 전쟁이 곧 민생 파탄으로 이어지는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조조는 전통 안보와 식량 안보의 두 경계를 제거함으로써 군량 확보와 전쟁 수행 능력 유지, 그리고 유민 구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3세기경 난세에 구현된 포괄적 안보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강건작 전 바다이야기룰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예비역 육군 중장)의 저서 <국가가 작동하는 순간>(2026년 1월 출간)은 바로 이러한 포괄 안보의 지혜를 오늘날 대한민국에 다시 소환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괴물 산불, 신종 감염병, 공급망 붕괴 등 오늘날의 위협은 전통적인 군사적 도발과 자연 재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쇄도한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의 국가 시스템이 여전히 '안보 야마토게임연타 (국방부)'와 '안전(행정안전부)'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분법에 갇혀 있다고 일갈한다. 이 책은 그 경계를 허물고, 통합된 포괄 안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자, 구체적인 설계도다.
합동작전으로 극복한 복합 위기
바다이야기하는법
▲ 책표지
ⓒ 클라우드나인
바다이야기온라인 이 책이 단순한 정책 제언집을 넘어 생생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저자가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실 근무(육군 중령)부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국방개혁비서관(육군중장)에 이르기까지 국가안보와 재난 대응의 현장을 두루 거치며 체감한 내용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1~2장에서 저자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지휘하며 릴게임온라인 맞닥뜨린 2019년 고성 산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팬데믹 등 복합 위기의 과정을 생생히 제시한다. 그중에서도 2019년 4월의 고성 산불은 '현대적 안보 위기'의 본질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화마는 산림청 소관의 산불이었지만, 동시에 군사시설(탄약고)과 민가, 도로망을 위협하는 복합 재난이었다. 저자는 위기관리센터가 이 상황을 단순 화재가 아닌 '국가적 안보 위기'로 규정했음을 밝힌다. 산림청, 소방청, 국방부, 경찰청, 지자체의 자원을 국가지도통신망으로 통합해 기관들이 합동으로 입체적 대응을 전개했고, 이는 재난 대응에 군사적 자산을 과감히 융합해 성과를 낸 사례로 기술된다.
또한 ASF 차단을 위해 DMZ에 군 병력을 투입해 광역 울타리를 설치한 사례, 코로나19 백신 수송을 군 수송지원본부가 전담한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군이 전쟁 억제라는 전통적 임무에 더해, 질병과 재난 같은 비군사적 위기에도 즉각 투입될 필요가 있음을 논증한다. 안보와 재난, 군사와 행정의 경계가 흐려지는 회색지대의 위협 앞에서는, 부처 간의 벽을 허무는 통합된 대응이 핵심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대안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저자는 책의 결론부인 제11절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관리 체계가 안고 있는 법적 및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한다. 핵심은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체계 아래서의 이원화된 구조다.
저자에 따르면, 현행 체계에서는 재난 대응의 총괄 기능과 국방, 치안, 정보 등 타 부처 역량이 위기 시 신속하게 한 체계로 묶여 작동하기 어렵고, 지휘 및 조정 권한이 분산 되어 있다. 그 결과 정보 공유와 자원 동원이 기관별 절차에 좌우되기 쉬워, 통합 대응의 속도와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 장막은 평시에는 업무 분장이지만, 위기 시에는 자원과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는 장애물이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대통령 중심의 포괄안보를 담은'국가위기관리기본법' 제정을 주장한다. 이 법안의 핵심 설계 원리는 두 가지다. 첫째, NSC의 개념 확장이다. 군사 및 외교만 다루던 NSC를 기후 재난, 감염병, 공급망 위기 등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를 다루는 포괄적 콘트롤타워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를 포괄안보 의제까지 다루는 상설 조정의 틀로 확장해, 위기 시 대통령의 결심 아래 범정부 자원이 더 신속히 조정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둘째, 통합 대응의 법제화다. 저자는 위기 시 '협조 요청'에만 기대지 않고, 사전 규정된 절차에 따라 지휘와 실행이 즉각 이어지도록,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범정부 통합 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인치가 아닌 법치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안전 시스템을 만들자는 호소다.
정부의 안보 전략, 실용과 통합으로
저자의 이러한 제언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안보 전략에 중대한 함의를 던진다. 현 정부 출범 초기, 외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미동맹 강화와 국익 확보에 주력하며 대외적 안정성을 다진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안보는 경제, 산업, 재난과 떼어 놓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대외적 협상만으로는 풀 수 없는, 국내의 행정, 치안, 방재, 군사 자원이 총동원되어야 하는 '내치와 외치의 융합' 영역이다. 외교가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이익을 증대하는 일이라면, 포괄 안보는 국가가 멈추지 않고 작동하게 만드는 엔진이다. 따라서 차기 국가안보실의 리더십은 전통안보에 포괄안보까지 품어야 한다. 외교 무대에서의 협상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재난 상황에서 산림 및 소방과 지자체를, 안보 위기에서 군과 경찰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이 절실하다.
삼국지의 조조가 전통 안보와 식량 안보를 융합하여 난세를 극복했듯, 오늘날 대한민국은 안보와 안전을 융합한 포괄안보 시스템으로 복합 위기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작가의 '국가가 작동하는 순간'은 단순한 정책 제안서가 아니다. "나의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응답이자, 개인의 헌신이 아닌 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다.
덧붙이는 글





